분당 살 때 우리 동네에 한 고기집이 오픈했다.
그 상호명은 '불맛이 뭐에요?'
일단 가게 이름만 봐도 고기에서 불맛이 제대로 날 것 같은 포스가 있다.
하지만 의아했던 것은
4+4 정책이었다.
지금은 4+4 고기집을 흔히 볼 수 있지만
이 때에는 거의 없었다.
4인분을 시키면 4인분을 추가로 더 준다는 것인데,
6인 이상의 단체손님이 오는 경우에는 좋겟지만
2~3명, 혹은 4명까지도 4+4는 그닥 해당사항이 없다.
한마디로,
4+4 정책으로 미는 가게에
그 메리트를 받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 가게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.
왜냐면 4+4 메리트에 들어가는 비용이
그 메리트를 받지 못하는 손님에게서 나오는 것일 테니.
여튼
불맛이 너무 궁금해서 일단 와봤다.
이때까지만해도 기대하고 있었다.
일단 고기가 나오는데 엄청 오래 걸렸다.
우리 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에서도
고기가 너무 늦게 나온다고 항의를 하고 있었고...
사장님이나 알바생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
정말 오픈한지 얼마 안된 티가 났고
사장님은 고기집 운영의 노하우를 전혀 모르는 듯했다.
뭐 시켰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
삼겹살과 불맛소갈비살 인듯.
숯은 맘에 든다.
아 기억났다.
고기가 안나와서 항의를 한 것이 아니라
고기가 너무 안익어서 항의를 한 것이었다.
사진에서도 보이듯이
숯불과 불판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.
너무 멀어서 잘 익지 않았다.
그러면 숯을 더 넣어서 불을 위로 올리거나
숯통 밑에 뭘좀 채워서 더 올리거나 등 조치가 있어야하는데
그냥 막연히 기다려야 했다.
사장님이나 알바나 해결책을 잘 모르는듯.
오로지 저 환기구로 바람을 빨아들이면서 숯이 강해질 것이라 생각했는지
애꿏은 환기구만 고기위에 턱 올려놓고 마냥 기다린다.
인내심을 갖고 계속 기다리면서 결국 고기를 먹긴 먹었으나
별로 블로그에 올릴 가게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사진을 아예 안찍었다.
원래 내 블로그에는 왠만하면 악평을 남기지 않는다.
그래서 가게가 별로이면, 악평을 남기기보다는 그냥 아예 포스팅을 안한다.
왜냐면 아무리 그래도 남의 가게인데 악담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.
하지만 이제와서 굳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?
내 예상대로
1년을 버티지 못하고 가게가 사라졌더라.
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
분당 정자동의
'불맛이 뭐에요?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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